여행을 하다보면 아주 기이한 자연 현상과 만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뿌리는 두 개인데 줄기가 붙어 하나가 된 연리지도 그런 것중 하나입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두우봉 기슭에는 소나무 연리지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라난 두 나무가 높이 3m 쯤에서 합쳐져 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림청에서는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연리목’입니다.

서로 가까운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두 나무가 자라는 동안 서로 붙어 한몸을 이루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합니다.

뿌리가 붙으면 ‘연리근(連理根)’, 줄기가 붙으면 ‘연리목(連理木)’, 가지가 붙으면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릅니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도 연리지가 있으며, 지난 2008년에는 황간의 백화산에서 연리근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연리 현상을 흔히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이와 같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곧잘 연리목은 부부의 사랑에, 연리근은 부모의 사랑에 비유되었습니다.

아무리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고, 죽도록 미워하지만 미워해서는 안 되는 남과 북의 관계가 이런 연리의 관계는 아닐는지요. 어쩌면 남과 북으로 갈리어 살지만 뿌리가 하나이니 연리근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같은 땅 위에 태어나, 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면서 반만 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이제 와 갈라져 남남으로 살기에는 함께 살아 온 세월이 너무 길고, 그 사이 인연의 끈은 너무 견고해졌습니다.

어차피 떨어져 살 수 없는 사이라면 서둘러 화해하고 한 집 이루어 함께 사는 길을 찾는 게 순리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