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이 평양에서 민족을 위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나라 잃은 현실에 가슴앓이를 하던 영남의 한 유생이 괴나리봇짐을 지고 선생을 찾아와 머리를 숙였습니다.
“선생님, 저도 선생님처럼 나라 위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을 하면 좋겠습니까?” 선생이 엷은 미소를 띠면서 일렀습니다.
“내려가 『음빙실문집』을 열심히 읽으십시오. 그것만으로도 나라 위하는 큰 일이 될 것입니다. "
『음빙실문집』은 청나라 정치개혁운동가 양계초(梁啓超)의 문집입니다. 국권이 기울어가던 무렵 우리나라 민족운동가들에게 가히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책입니다.
나라 구하는 길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지요.
오래전부터 「북한문학의 이해」라는 강좌를 진행해 오는 동안 학생들로부터 더러 ‘잘된 북한 안내서 같은 것’ 하나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일러주는 끝에 저는 이 말을 잊지 않습니다.
“기회 닿는 대로 북한 소설들을 좀 읽어 봐요.”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도 유익한 수단입니다. 소설만큼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표현해 내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북한 사람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소설은 아주 유익한 방법입니다. 대신 쓸 데 없는 편견이나 막연한 선험적 판단은 경계해야 합니다.
표 언 복(목원대, 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