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 가서 그곳 사람들과 금방 가깝게 어울리려면 그곳 사람들의 노래를 부르라는 말은 누가 말해도 참 말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노래 한 곡으로 금방 가슴과 가슴이 이어지는 것이다. 북한 방문 중 참 많은 노래를 불렀는데, 놀라운 것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노래들을 스스럼없이 불러대는 것이었다.

김민기의 "상록수"를 불렀는데 사회과학원의 주체사상 권위자로 알려진 박승덕 교수가 따라 부른다. "김민기의 노래가 참 좋습니다"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분은 김민기의 상록수 말고도 다른 노래들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범민족대회를 마치고 송별회를 겸해서 가졌던 통일문화의 밤에서 모든 해외동포들이 지역별로 각기 특별순서를 발표하게 되었다. 우리 미주 팀은 나성에 있는 미주민족예술협의회와 민족학교에 계신 분들의 수고로 합창을 발표하였다. "이제는 만나자"의 일절은 이러하다.

“멀어서 못가는 남의 땅인가/

낯설어 못 만날 얼굴들인가/

걸어서 하룻길 내 땅 내 사람인데/

어이하여 그리움 안고 몸부림치느냐/

이제는 만나자. 어서, 만나자. 어서, 어서, 어서,"

이렇게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동안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통일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고 문익환 목사님이 가슴으로 가서 만나셨다더니 그 말씀은 진정에서 하신 말씀인 것을 알겠다. 우리는 서로의 노래들을 자유로이 불러야 할 것 같다.

끊어진 조국의 허리를 노래로 잇는다는 남한의 노래 운동이나, 북미주전역에서 공연된 남북가곡의 밤 운동, 그리고 북한 방문 때 함께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던 이 모든 경험들이 결국은 우리의 갈라진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고, 하나 된 민족정서, 분단의식을 극복한 통일정서 창출에 귀중한 일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조국도 하나, 노래도 하나임을 누가 부인할 것인가.

최 종 수(목사, 야생버섯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