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대 땅 작은 골 베들레헴 마을 밖 산기슭에
버림받은 다리 저는 늙은 당나귀이죠

한 추운 겨울 밤 산과 골짜기에 눈 쌓여
소나무 가지 눈에 못 이겨 늘어져 있을 때
들려오는 노래 소리,
하늘 천사들의 노래인가
“참과 기쁨 넘치는 가장 높은 하늘에는 영광
땅에서는 오실 아기의 빛과
즐거움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

겨울나무 사이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어찌 이다지도 우렁찬가요?

별 하나 길 밝히는 곳 따라 나섰지만
불편한 다리 이끌고 며칠 걸려
마구간에 갔을 땐 날도 저물고
동방박사들도, 들의 양 치던 목자들도 모두 떠나고
아기 예수도 먼 먼 길 애굽으로 벌써 떠난 뒤였죠

비록 다리는 절지만 내가 모실 걸
내 등에 태워 드릴 걸
죽임 당한 아기들 엄마 울음소리 진동하는 골목길 돌아
날 새어도 누구하나 절 보아 줄 사람 없겠지요
홀로 쓸쓸히 돌아서는 밤하늘이
어찌 저다지도 맑은가요?

온 사마리아 땅에 두루 퍼진 그 분의 능력 이야기들
하늘의 기쁜 소식 전하는 가르침에 사람들 놀라고
분주히 다니며 모든 아픔과 병을 고치신다는 소문
나처럼 가난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복 있다 하신다는 데
그 분 어디 가서 뵈올까?

소문 따라 어렵게 가보면 벌써 떠나셨으니
온 유대 땅 두루 다니시기에 얼마나 다리가 아프실까?
비록 다리는 절지만 내가 모실 걸
내 등에 태워 드릴 걸
다시 그분 찾아 나서는 저 앞길이
어찌 이다지도 곧은가요?

여리고로 내려가신다는 말에 무거운 몸 일으켜 길 떠나니
대낮에도 음침한 죽음의 골짜기 더듬어 내려가는데,
소란 피우며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나쁜 사람들 뒤로
몰매 맞아 피투성이 거지반 죽어 가는 사람 쓸어져 있더군요
길가는 사마리아사람 만나

“저기, 저기, 사람이 죽어가요!”
포도주로 상처 닦아주고 올리브기름 발라 싸매는 동안
“제 등에 그 사람 태우세요!
여관까지 제가 태워다 드리죠.”

여관으로 달려가는 제 발걸음이
어찌 이다지도 빠르고 가벼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