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속의 버섯들은 다정하다, 슬프도록 아 거기 홀로 생명이 있다는 놀라움 우주의 비밀 이야기를 간직한 채 조용하기만 하다.
오랜 옛날부터 쌓여 온 사연들이 너무 많아 차라리 저렇게 침묵으로 피어나고 슬어지고 또 피어나고 슬어지는가 보다. 깊은 밤 푸른 별들이 그 긴긴 사연에 귀 기울이고 스쳐가는 바람이 귓결에 한자락 이야기를 안고 간다.
숨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생명 이야기는 한 없이 풀어내어도 그 끝이 없다.
그래서 한 작은 생명조차 가슴 설렘 없이 만날 수 없는가 보다.
그래서 새로운 버섯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가슴이 그토록 뛰는가 보다.
생명 이야기를 이어가는 저 깊은 침묵의 몸짓 소리 없이 피어나고 또 흔적 없이 스러진다.
바람이 안고 간 그 이야기가 대를 이어 또 피어나고 피어나는 것,
그것이 버섯 아닌가!
최 종 수 (야생버섯연구가)
* 사진: "털작은입술잔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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