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한 갈퉁 교수의 강연회 모습 ©남북평화재단
“DMZ는 생태통일, NLL은 생선통일”
요한 갈퉁 하와이대 교수, 남북평화재단 초청강연회서 제안
김성원
남북평화재단(이사장 박형규 목사) 주최의 요한 갈퉁(Johan Galtung) 교수 초청 강연회가 16일 저녁 7시,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북미 수교가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 주제의 강연회에서 갈퉁 교수는 6자 회담에 대한 미국의 의도, 미국의 쇠락 등 노골적인 미국 비판을 쏟아냈다.
▲ 요한 갈퉁 교수는 6자회담 틀을 비롯한 미국의 각종 전략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뉴스 파워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에 미국 관료가 있다고 지적한 갈퉁 교수는 “(6자 회담에서) 크리스토퍼 힐이 문서에 사인을 하더라도 관료들이 사보타지 할 수 있다”며 “제가 6자 회담에 대해 감히 예언한다면 미국 관료들에 의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미국 관료 사회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함께 6자 회담에 대해서도 비관으로 전망했다.
갈퉁 교수는 아울러 “1950년 한국전쟁 때 미국의 대통령은 트루만이었고, 그는 민주당에서 상징적 존재였다”고 설명하고, “1948년 제주도 4.3항쟁을 상기해 보면 이미 이때부터 한국전쟁이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며 4.3항쟁 등 일련의 한국전쟁 발발 원인으로 미국이 개입되어 있음을 피력했다.
갈퉁 교수는 “미국은 스스로를 보통국가가 아닌 그 위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것은 하나님이 예정하시고 이끄시는 선민이라는 스스로의 의식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기는 직접적으로 하나님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하나님께서 조지 부시를 선택할 만큼 잘못된 취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또한 “미국은 소련이 무너지자 자기들의 적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맞이했고, 첫 번째 적으로 이슬람, 두 번째 적으로 중국을 삼았다”며 “하버드의 2류 학자인 사무엘 헌팅턴은 이슬람과 중국 사이에 협력관계가 있다고 했고, 여기에 기초해 미 국방부가 방위비를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요한 갈퉁 교수의 강연회 모습 ©뉴스 파워
미국의 전략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 케네디 경우에서처럼 관료에 의한 암살, 인도네시아와 러시아의 정변 등이 미국이 아닌 좌파에 의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등을 꼽았다.
미국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대해 더 호의적인 한국의 여론을 의식한 듯 갈퉁 교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라고 한다면 민주당이 더 나쁘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 여섯 번의 큰 전쟁 중 다섯 번이 민주당 정권하에서 일어났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그러면서 갈퉁 교수는 민주당 대선후보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그녀가 한반도의 특별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관계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갈퉁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의 행동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사람으로써의 의견이고, 내가 지금까지 말한 의견들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갈퉁 교수는 또 "난 1980년에 소련의 붕괴를 예언했었고, 2000년도엔 미 제국이 2025년에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고 말하고 "미 제국은 현재 쇠락의 길에 있다"며 "조지 부시 가족이 미국 쇠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퉁 교수는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초강세를 들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남북 통일에 대해서는 국가 통일이 아닌 민족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퉁 교수는 “1972년,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부터 난 초지일관 민족 통일에 관심을 가졌다”며 독일 통일을 예로 들었다. 갈퉁 교수는 “독일 국민이 원한 건 민족의 통일이었다”며 “그런데 서독에서는 국가 통일을 의미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생각했고, 그것은 동독의 식민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변화의 주체 세력으로는 지식인층을 꼽았다. 갈퉁 교수는 “김일성대학은 굉장한 지적 수준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의 변화는 바로 거기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갈퉁 교수는 또 “앞으로 5~10년 사이에 북한의 경제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지금 그것을 위해 남북한이 기초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 내에서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급격한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견한 갈퉁 교수는 “남한 내의 동서 갈등이 남북 문제의 어려움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뼈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갈퉁 교수는 “내가 남한의 정치인이라면 북한 김일성대학 교수들을 불러서 강의하게 하고, 남한 대학생들을 최대한 북한에 보내서 공부하게 할 것”이라며 남북 대학간 교류를 주문했다.
NLL 문제에 대해서는 “DMZ를 평화구역으로 공유하듯이 자연을 보존하면서 남북이 공동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분쟁의 역사를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갈퉁 교수는 “DMZ가 생태통일이라면 NLL은 생선통일”이라며 “이것은 6자 회담 구도가 아닌 남북한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한 갈퉁 교수는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부인은 일본계 유럽인이다. 출생지는 노르웨이며, 그동안 중동 분쟁, 쿠바 사태 등의 평화중재자로 참여해 오고 있고, 지난 1970년대부터 남한과 북한을 오가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갈퉁 교수는 17일 저녁 7시엔 수유리 한신대 신대원에서도 강의할 예정이다.
2007/10/17 [14:29]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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