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게에서 마주치는 흑인들의 말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4개의 철자로 이루어진 욕 (four-letter word)'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한다는 점이라고 앞에 소개했는데, 그들이 자주 쓰던 말 두 가지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man'이란 말을 참 즐겨 쓰더군요. 특히 상대방을 부를 때 "Hey, man!"이라는 식으로 많이 쓰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학교에 들어가 그럴싸하게 꾸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흑인들이 오랫동안 짐승 같은 노예생활을 하다 풀려났기 때문에, 그들이 더 이상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 'man'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었지요.
참고로, 2001년 와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쉬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this man"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모멸을 당했다고 떠들썩했는데 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영어엔 손윗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어가 거의 없는 터에 특히 언어 구사력이 매우 빈약했던 부쉬가 일부러 악의를 갖고 멸시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 아니라 그저 격의 없이 내뱉은 말이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저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이 저에게 "this guy"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처음엔 몹시 불쾌했습니다. 영한사전을 보면 'guy'를 주로 '놈'이나 '녀석'으로 번역해놓고 있거든요. 그러나 얼마 뒤 레이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며 장관들을 소개할 때 "this guy"라고 하는 것을 듣고 불쾌했던 기억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둘째, 'bro'라는 말도 많이 쓰더군요. 'brother'를 줄인 말로, 남자를 부를 때 "Hey, bro!" 하는 식이었습니다. 개신교나 천주교 또는 이슬람교 같이 서양에서 일어난 종교에서는 신도들을 흔히 '형제자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형제를 가장 강조하는 종교는 이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슬림 (이슬람교도)은 서로 형제"라는 말이 있거든요. 미국 흑인들 가운데는 이슬람교도들이 많기 때문에 'bro'라는 말을 즐겨 쓰는 게 아닐까요?
* 이 글은 [이재봉의 평화세상] (blog.daum.net/pbpm21)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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