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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장사와 공부 |
글쓴이 :
날짜 : 10-07-14 15:11
조회 : 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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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지 2년여 만에 '사장'이 되었습니다. 장사 규모가 날로 커져 '종업원'까지 두게 되었으니까요. 요르단 출신 학부유학생을 조수로 쓰기도 하고, 무슨 행사가 있을 때는 한국 유학생 부인을 '임시 고용'하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장사를 잘하는 바람에 학비와 생활비 마련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학점이 문제였습니다. 중국식당 주방 허드렛일이나 기숙사식당 접시닦이를 하면서 매일 3-4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주중엔 공부에 집중하고 주말에만 온종일 일하는 게 공부에나 돈벌이에나 효과적이리라 생각했었지만, 그게 아니었지요.
장사는 주말에만 할지라도, 장사 준비는 주중에 해야 되었으니까요. 무슨 물건을 얼마나 주문해야 할지, 어떤 물건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진열해야 좋을지 ..... 수업시간에도 장사 계획이나 준비 때문에 잡념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으니 성적이 좋게 나올 리 없었습니다.
한편, 미국의 언어와 문화에 조금이라도 더 익숙해지기 위해 기숙사를 나와서도 미국인 학부생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한국인 유학생들과 생활하면 영어를 거의 쓰지 않거나 덜 쓰게 되기 때문에 주로 미국인들과 함께 자취했는데, 점잖은 대학원생들보다는 철없는 학부생들을 선호했던 것이지요.
마침 방짝 가운데 하나는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2학년생으로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듣고도 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 무렵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10년쯤 된 중고 자동차를 모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정비 기술은 지녀야 했는데 저는 운전대만 잡을 줄 알았거든요.
아무튼 그 때는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트렁크에 점프 케이블을 갖고 다니는 게 '필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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